우리가 생각하고 표현한 결과물은 이제 대부분 데이터로 변환되어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고유한 조합을 가진 바이트 또는 비트 배열로 나열되어 기록된다. 때로 그 조합들은 대단히 고유해서, ridge나 core, delta 등의 조합으로 정의되는 지문 만큼, 또는 아데닌(A), 사이토신(C), 구아닌(G), 그리고 티민(T)의 조합으로 정의되는 DNA 게놈 만큼 유일하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데이터들은 자기장의 세기 변화로, 플라스틱 융기들의 연속으로, 반도체 속 전자 배열로 저장된다. 그렇다면 데이터는 한 번 저장되면 영원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플로피 디스크나 컴팩트 디스크는 10년, 하드 디스크의 경우 5년, 플래시 드라이브의 경우 전원이 인가되지 않은 시점으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나면 저장소 내부의 데이터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error-correction으로 구멍난 부위를 메꿀 수 있는 시기도 결국 지나간다. 도메인을 인간의 수명으로 보았을때 우리의 데이터는 `충분히` 영원해보인다. 세기의 흐름으로 볼때는 그렇지 않다. 한 번의 소낙비이고, 한 번의 일주 운동이며, 한 번의 보름달이고, 한 번의 equinox이다. 천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때는 당신이나 글쓴이나, 우리의 데이터나 결국 dust-to-dust일 뿐이다.
있다. 우리의 데이터가 영원해지는 순간이 있다. 인터넷에 업로드 되면서 데이터는 영원해진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이 얼마나 대단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겠느냐만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은가는 유사 이래 중대 사항이었다. 선사 부터일지도 모른다. 수상한 동굴 벽화와 웅장한 돌무덤들을 보라!
우주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고 죽음을 두려워하던 우리는, 유한성이 가르는 육체와 정신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기위해 그림을 그리고, 무덤을 쌓고, 진리를 탐구했을까? 그들이 남긴 유산은 정반합을 거쳐 먼 후손인 우리들을 정의하고있다. 아테네 학당이 그랬고 솔베이 회의가 그랬다. 우리가 남길 데이터 역시 그러할 것이다.
서버에 한 번 담긴 데이터는 특별한 방법으로 전사되어 몇 번의 악수와 몇 번의 이정표를 거쳐 수신자를 향해 간다. 데이터는 행낭에 담긴 소포처럼 컨테이너에 담겨 브로드밴드를 타고, 때로는 전자의 흐름으로, 때로는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로 바뀌어 우리의 생각을 매개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표현한 결과물은 이제 다른 사람의 생각에 흡수된다. 진정한 의미의 전사가 이루어 진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복제된 생각은 언제든 다시 복제되기 마련이다. novelty한 생각일 수록 다시 복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확률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의 생각은 무한히 복제되기 시작한다. chain-reaction이다. 사람으로부터 사람으로. 시대로부터 시대로. 우리의 데이터는 이제 영원해졌다. 기분이 퍽 흡족하다. 이 영원함, 축복인 것만 같다?
개발자는 온라인에 자신의 presence를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다. social-engineering이나 기타 역공학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젊은 날의 신조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유용한, 적당히 흥미로운, 적당히 심각한 무언가를 만들어 오면서 생각은 적당히 바뀌기 시작한다. 적당한 discretion으로 여기에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